재미있는 Hack

이번 이벤트, [팬데믹 해저드 ~기적의 팬케이크~]를 진행하다 보면 이런 장면을 맞닥트리게 된다.

바로 직전의 상황을 요약하자면…

  1. 편성 화면 없이 곧바로 전투가 시작된다.
  2. 전투 시작, '포효하는 거대한 팬쨩' 컷신이 재생된다.
  3. 컷신이 끝난 후, 화면이 검게 변하고 전투 없이 곧바로 승리 판정이 난다.
  4. 학생 하나 없이 텅텅 빈 전투 결과 화면이 나타난다. (위 이미지)

절대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가 잠시 고민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이건 반쯤 의도된 사항인 것 같다.

 

블루 아카이브에서 나오는 컷신(EX 스킬 연출, 전투 시작 전 컷신 등)은 모두 전투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관련 코드가 서로 밀접하게 엮여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들은 이전 이벤트, [빛으로 나아가는 그녀들의 소야곡]에서 나온 '초거대 팬쨩이 포효하는 컷신'을 이벤트 스토리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컷신을 보여주기 위해선 반드시 전투가 필요하지만, 이야기 전개상 초거대 팬쨩과 전투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컷신 관련 코드와 전투 관련 코드를 분리해 모듈화 하는 일은 길고 지루하다.
하지만 쉽고 간단한 Hack을 이용하면 별다른 노력 없이 움직이는 컷신을 보여줄 수 있다. 단 하나의 단점만 빼면.

  1. 학생 편성 없이 강제로 전투를 시작한다.
    학생 편성이 필요 없기 때문에, 편성 화면을 사용자에게 보여주지 않고 곧바로 전투 화면으로 넘어간다.
  2. 전투가 시작되기 전, '초거대 팬쨩이 포효하는 컷신'을 재생한다.
    전투 시작 전 컷신을 재생하는 코드를 재사용한다.
  3. 학생이 필드에 배치되기 직전에 화면을 어둡게 하고 강제로 전투에 승리 판정을 내린다.
    각종 이벤트 및 스토리에서 사용한, 전투에 강제로 승리/패배 판정을 내리는 코드를 재사용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필드에 스트라이커 학생이 단 하나도 없기에 패배 판정이 나오게 된다.

'전투 결과 화면을 넘기는 코드'를 추가했다면 전투 결과 화면 없이 깔끔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이런 개발자들은 코드를 추가할 시간이 없어요…
그들은 순간의 꼼수로 빠른 결과물을 원합니다.

이런 걸 보통 'Hack'이라고 부른다.

A strategy or technique for managing one's time or activities more efficiently.
자신의 시간이나 활동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이나 기법.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닌 모양이더라고. 이 사람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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