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찾아 천릿길 - 08

보물 사냥단의 텐트에 도착했다. 왜 그런데 아무도 없냐?

아, 방금 한 말 취소. '부경'이라는 이름의 보물 사냥단원이 하나 있다.

바로 옆에 훔친 물건이 있는 걸 확인하고 그를 현행범으로 단정하는 야란.

부경: 내가 쫄 것 같아?
야란: 그러는 게 좋을 텐데

이게 무슨 두 바보의 티키타카도 아니고…

??? 왜 야란 하나만 주냐? 나 아직 야란 못 뽑아서 야란 쓸 줄 모른다고!

아무튼 대충 E, 평타를 연타하니 이겼다.

하마터면 멈추지 못할 뻔했어.

뭐지? 야란도 때늦은 중이병이 찾아온 건가?

'크큭… 조금만 더 늦었어도 부경을 죽일 뻔했어…' 뭐 이러는 거 같잖아.

조금 어루만져 주니 부경이 고분고분해졌다.

???

곧 명절이다 → 필요한 물건을 사고 싶다 → 도둑질이나 강도질에는 경험이 없다 → 옛 도적 흉내를 내 빈집 털이를 하자

아니, 왜 사고 회로가 그렇게 연결돼? 물건을 사고 싶으면 돈을 벌어야지. 도둑질이나 강도질 말고.

완전 이거네, 이거.

그래 놓고 잔뜩 불쌍한 척을 한다.

부경의 변명이 계속 이어진다.

시험 삼아서 해보았다. 정말 될 줄은 몰랐다. 기왕 이렇게 된 것, 도둑질했다. 물건을 되돌려 놓을 테니, 감옥에서 해등절을 보내지 않게 해 달라.

도둑 주제에 욕심이 참 많다. 아, 욕심이 많으니 도둑이 된 건가?

그런 부경에게 '어림도 없지, 감옥 빔!'이 시전된다.

어릴 때 들었던 멜로디를 기억해 낼 정도의 재능을 다른 곳에 쓸 수 있었을 텐데

어디 내가 모르는 다른 이야기가 더 있는 걸까? 내가 야란의 저 말을 너무 과도하게 해석하려는 걸까?

지금 내 머릿속에는 나중에 부경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다른 일을 해결하는 데 쓰고, 그 대가로 처벌을 조금 감경해 주는 이야기가 떠오르고 있거든.

아, 예…

와, 씨. 깜짝이야. 여행자가 갑자기 옆에서 툭 튀어나와, 야란이 뭐라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야란은 부경을 데리고 먼저 사라졌다.

부경이 연주했던 그 선율은 대체 무슨 선율이었을까?

관련이 없다는 걸 마음속 한편에서는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부경이 연주했던 선율과 드보르작의 조상이 들었던 선율이 같은 선율일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군대 기상나팔과 같은 거지.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노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겐 나쁘지 않은 선율인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아무리 좋은 선율도, 그 선율과 함께 나쁜 경험을 했다면 그 사람에겐 그 선율이 좋은 선율이 아닌 것이다.

음악 하나만으론 모두가 항상 같은 느낌을 받을 수는 없는 거지.

재수 없는 야란과 함께, 사건 하나가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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