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 모두 베일을 벗는다 - 05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곳은 몬텔리 가문이 금고 건립 후 지금까지 모아 온 에코를 전시한 곳이었다.

리나시타의 공공 에코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대형 비콘에서 멀리 떨어져 활동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개인 에코는 개인이 휴대하고 다니는 단말기가 비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기에 그런 제한이 없고.

잔상과 맞서 싸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에코가 대형 비콘에서 멀리 떨어져 활동할 수 없기에, 수백 년이나 되는 리나시타의 역사 속에서 원양 항로가 열린 건 고작 몇 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몬텔리 가문이 개인 단말기 사업을 추진했으나, 리나시타의 닫힌 사회 속에서 유일무이한 진리로 자리 잡고 있던 깊은 바다 수도회가 개인 에코는 공공 에코의 신성성을 파괴한다는 핑계를 대며 이를 막아선 상태이다. 외부와의 교류가 수도회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도회는 몬텔리 가문을 완전히 몰락시키기 위해, 피살리아 가문은 물론 테러리스트로 규정된 잔성회와 까지 손을 잡았다.

 

방랑자와 접촉한 블레이드 댄서는 몬텔리 가문이 최초로 수집한 에코 중 하나로, 다른 블레이드 댄서의 원본이 되는 에코이기에 아베라르도 금고에 전시품으로 영구 보존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에코가 다른 블레이드 댄서와 섞여 행사에 쓰이게 되었고, 방랑자와 접촉해 임페라토르의 말을 전했다.

카를로타는 이것이 임페라토르의 뜻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몬텔리 가문의 에코, 블레이드 댄서는 가문의 선조가 수도회가 버린 탑의 폐허에 있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 선조는 그 탑에서 돌아온 후, 탑을 가문의 금지구역으로 설정하여 가문 사람들이 거기에 다시 접근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고,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는지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성전이 만들어지기 전의 수도회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이용해 수호신과 관련한 전설을 기록했다.
카를로타는 성전이 조작되었으며, 버려진 탑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숨겨진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어떤 종교의 교리와 경전이 결정되는 건 종교 성립 후 얼마 지나지 않은 극초창기이다. 당장 기독교에서 '성경'이라 일컫는 정경 목록은 419년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결정된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성전 대신 스테인드글라스에 전설을 기록한 탑이 세워진 것도 수도회가 생기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을 거다. 그러니 거기 남아있는 자료 역시 이후의 개입 없는 날것일 확률이 크겠지.

정말로 증거를 보관한 보관실에 누군가 침입하려 했었네. 카를로타의 함정이 제대로 효과를 보았다.

젠니가 금고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가, 거기 있었던 일은 분명 가문의 핵심 기밀일 테니 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바꿨다.
카를로타가 젠니를 두고 '가장 믿음직한 직원'이라 한 이유가 있었네.

아무튼,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젠니는 후한 보상과 더불어 포상 휴가를 받게 되었다.
젠니의 다크 서클이 이제 곧 사라지는 건가?

그 순간, 금고 전체에 경계 태세 경보가 울렸다.
어째 일이 잘 풀린다 싶더니만…

금고에 들어올 때, 이성 무장과 싸우지 않은 게 조금 마음에 걸렸었다. 어떤 임무가 되었건, 반드시 이성 무장과 싸우는 장면이 들어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걸 지금 풀어주려는 것 같다.

이성 무장 컷!

현장의 뒷수습은 포상 휴가를 받자마자 잘린(…) 젠니에게 맡기고, 방랑자와 카를로타는 스테인드글라스 탑으로 향했다.

스테인드글라스 곳곳이 마치 고의로 파손한 것처럼 깨져있다.

카를로타의 말에 따르면, 이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수호신과 관련한 전설, 그리고 수도회 초대 수좌의 수도회 건립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카를로타가 말한, 수도회의 교리와 경전이 조작되었다고 말한 주장이 조금 힘을 얻고 있다.
수도회가 정말 떳떳했다면 이런 중요한 유적을 금지구역으로 설정할 게 아니라 유적을 복원하고 성지로 만들었을 것 같은데?

비석에는 고대 리나시타 문자로 된 글이 적혀 있었다.

신은 한 분이거늘, 우리의 신앙의 차이로 찢어졌구나. 수호신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악몽 같은 흑조를 이루었다.
오늘 나는 멀리 떠난다. 리나시타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으나, 조각난 신은 자신의 미래를 대변할 대리인을 낙점했다.
그 소녀는 리나시타에서 가장 성대한 날에, 신과 공명하며 황금 면류관을 쓰고 예언의 「선지자」가 되어, 모두를 이끌고 리나시타의 고난을 끝낼 것이다.

음… 수도회가 여길 금지구역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었네.

비문에 따르면, 수호신의 공명자는 '황금 면류관을 쓴 소녀'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수호신의 공명자로 알려진 사람은 엄근진 중년 남자잖아.
이 사실이 널리 퍼지면 펜리코가 무슨 변명을 해도 '사실 펜리코는 수호신의 공명자가 아닌 게 아닐까?' 하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리나시타가 처음 생길 무렵, 두 신이 있었다. 둘은 각각 하늘과 바다를 관장하며 다툼을 일삼았다. 그러나 리나시타는 아랑곳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전설이 된 그 시대에 사람들은 신앙의 차이로 다투었다. 이 전쟁은 전대미문의 잔상류로 종지부를 찍었다.
「흑조」… 사람들은 그 재앙을 이렇게 불렀다. 재앙은 리나시타 대부분의 땅을 파괴했다.
흑조가 지나간 후 초대 수좌 나폴리 2세는 폐허와 잿더미로부터 질서를 재건하였고 최초의 수도회를 창립하여 산산조각 난 라군나를 인도 하였다.
그러나 머잖아 그는 신의 품으로 돌아갔다. 임종이 가까운 때 그는 신도들에게 이리 말했다.
"신은 한 분이거늘, 우리의 신앙의 차이로 분열되었구나. 수호신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악몽 같은 흑조를 이루었다."
"리나시타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으나 조각난 신은 자신의 미래를 대변할 대리인을 낙점했다."
"그 소녀는 리나시타에서 가장 성대한 날에 신과 공명하며 황금 면류관을 쓰고 예언의 「선지자」가 되어 모두를 이끌고 리나시타의 고난을 끝낼 것이다."
"그때 신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며 그분의 영광 아래 리나시타도 영원한 낙원이 되리라."

리나시타의 수호신은 오직 임페라토르뿐이라는 것이 라군나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런데 리나시타에 원래 신이 둘 있었다고?

더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선 탑 북쪽에 있는 섬에 가봐야 할 것 같다.

그 순간, 수도회가 방랑자와 카를로타를 습격했다.

이제 숨기지도 않는다는 거지?

수도회의 「라 과디어」를 전부 쓸어버린 다음 수도회 사절을 추궁하자, 사절은 적반하장으로 카를로타가 광기와 망상에 빠졌으니 카를로타을 위한 순례선을 준비해 주겠다고 말한다.

수도회의 악행을 숨길 생각이 단 하나도 없네.

알렉시스 사제가 나타나, 임페라토르는 쓸데없는 희생을 기뻐하지 않는다며 싸움을 말린다.
좋게 말해 '싸움을 말린다'이지, 그 실상은 제 식구를 감싸는 모습밖에 되지 않지만.

순례선은 죄인이 다시 태어나는 길. 그 이름을 들먹여 겁주는 수단이 아니지 않습니까. 회개하십시오.

하, 퍽이나.

때로는, 눈으로 본 것이 곧 진실은 아니랍니다. 왜 수호신의 지혜를 직접 귀담아듣지 않으시려는 겁니까?

어라, 너, 분명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과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듣는 것은 모두 헛되니, 직접 보아야 믿을 수 있는 법이죠. 진실을 갈구하는 눈을 막을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마음대로 뒤져 보셔도 됩니다.

ㅋㅋㅋㅋㅋㅋ 아 설마 저번에 만났던 건 '알렉시'였고 지금 방랑자 눈앞에 있는 건 '스 사제'인 거야?

카를로타가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려진 내용을 갖고 '펜리코가 정말 수호신의 공명자가 맞긴 한 거냐'라고 따지자, 알렉시스 사제는 교리적으로 논쟁할 의사가 없다며 답변을 회피한다.

그러고선 카를로타의 숙부, 코폴라의 펜던트를 보여주며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물론 수도회에 있어서, 그가 예전처럼 경건할 수 있을지는 당신의 행동에 달려 있겠죠.
당신도 아시겠지만, 만약 우리가 코폴라를 경건하지 않은 자라 인정하게 된다면… 그의 말로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ㅋㅋㅋㅋㅋㅋ 이상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순례선은 죄인이 다시 태어나는 길. 그 이름을 들먹여 겁주는 수단이 아니지 않습니까. 회개하십시오.

알렉시스 사제의 말은 '카를로타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코폴라를 우인으로 규정하겠다'이고, 라군나성에서 우인은 순례선에 태워져 추방당한다는 걸 생각하면, 알렉시스는 조금 전 본인이 한 말조차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버리는 사람이란 거다.

그냥 광신도인 줄 알았는데, 그냥 입만 열면 자동으로 거짓말이 튀어나오는 인간 말종이었네.

이제는 아예 대놓고 카를로타에게 방랑자를 쏘라고 협박한다.

그에 카를로타는 방랑자에게 "「무덤」에서 만나"라는 말을 남기고, 일부러 탄을 빗맞추어 탑을 무너트린다.

카를로타가 방랑자를 죽이지 못한 것에 대해 알렉시스 사제가 카를로타를 책망하자, 카를로타는 "아무리 좋은 총알이라도 빗나갈 때가 있다"며 단순한 실수라고 대꾸한다.
더 말을 꺼내봐야 추해질 뿐임을 깨달은 알렉시스 사제는 조용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무덤」이 어디를 말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까 카를로타가 말한 대로 북쪽의 섬으로 향하기로 했다.

카를로타의 「보석」


카를로타가 전투 시작 전 당신 손에 쥐여준 결정체. 그녀가 전투할 때 사용하는 총알과 같은 재질을 갖고 있는 걸 보니 그녀의 어빌리티 창조물인 거 같다.
어떤 정보라도 당신에게 전달하고 싶은 걸까…


가문 사람들은 비밀 용어를 쓰거나 손짓, 동작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익숙하다.
어쩌면, 그녀는 당신에게 전달하려는 것이다. 그녀가 당신의 손에 무기와 총알을 쥐여 주었다면, 그 이후의 행동에서는 무조건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그녀를 믿고 연출에 호흡을 맞추자.

뭔가 번역이 묘하게 이상한데…

북쪽 섬으로 가는 다리를 지나려니, 골룡처럼 생긴 무언가가 브레스를 뿜질 않나, 다리를 무너트리질 않나… 아주 난리가 따로 없다.

이번 조수 임무는 특이하게도 다음 임무와의 전환이 매우 자연스럽다.
놀랍게도, 여기까지가 이번 임무, [밤과 낮, 모두 베일을 벗는다]의 내용이라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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