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니를 비롯한 몬텔리 가문 사람들은 서쪽 광장에서 대기 중이고, 동쪽 광장은 페비가 맡고 있다.
리허설 때처럼, 로코코가 장면 분위기 연출과 조명을 맡고, 브렌트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필사의 수호
























끝없는 어둠이 뒤덮은 왕국과 포악한 괴물이 공격하는 도시…
그리고 성녀까지 마왕에게 납치당하자 시민은 혼란에 빠졌죠.
바로 이때! 두 용사가 나서서 용감하게 대신의 의뢰를 받고, 마물을 제거하고 성녀를 구출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용사들은 첫 번째 관문을 넘어 성 안의 마물들을 쓸어버렸습니다!
마왕의 성으로 가는 앞길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죠… 어떤 도전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하지만 용사 일행의 드높은 의지를 막을 높은 벽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뭇별조차도 용사들을 위해 갈채를 보내며 길을 열어줄 테니!
내가 알기로 저 '필사의 수호' 위에 있는 문양은 단순한 문양이 아니라 리나시타의 문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군가가 저걸 실제 언어와 비교해 리나시타어(語)가 어떤 언어를 기반으로 했는지 분석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하도 오래전 일이라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나저나 방랑자와 카를로타가 상대한 잔상들은 플로로가 조종하고 있는 잔상이다.
마치 방랑자의 의도대로 놀아주겠다는 듯이 연극에 맞춰주고 있는 걸 보니 뭔가 좀 묘하네…
용사의 원정기












용사 일행을 기다리는 건 마왕이 보낸 하수인이었습니다.
하수인들은 용사 일행을 가루로 만들어버릴 기세로 맹렬한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난 그냥 잔상들과 치열한 전투만 벌일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난데없이 '블레이드 댄서 피하기 놀이'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두 「메르카토르 귀족」의 공격을 받아 플랫폼 가장자리까지 내몰린 방랑자.
카를로타가 급하게 달려오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오? 갑작스러운 사고로 용사의 대열이 흐트러지고, 위기일발의 순간 신비로운 손님이 합류했습니다!
신이 보낸 사도인가, 아니면 속세에 숨은 요정인가!
그 순간 로코코가 조명을 순간 밝혀 메르카토르 귀족들을 주춤하게 만든 다음, 공연에 난입해 방랑자를 구한다.
무대 조명을 맡은 로코코가 이렇게 공연에 배우로 참가해도 괜찮은 건가 싶긴 한데, 뭐, 즉흥 공연이니까 브렌트가 조금 전처럼 알아서 잘 맞춰줄 거다.
방랑자와 주먹을 맞대며 부끄러워하는 로코코가 너무 귀엽다.




마왕(플로로) 좋아, 덤벼 봐. 내가 직접 도전을 받아주지…
정말로 방랑자와 카를로타의 공연에 맞춰주고 있었던 거네.
앞서 "카니발은 찬란한 백일몽이자 한차례의 성대한 집단 환각", "이 백일몽을 깰 생각은 없다"라고 한 말이 전부 다 정말인 모양이다.
승리의 노래













마왕은 용사가 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용사에게 초대장을 보냈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용사도 변함없는 각오로 그 도전을 받아들였습니다!
마침내 나타난 마왕은 추악한 속내와 송곳니를 드러냈습니다. 용사와 마왕. 최후의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자신의 마물 대군을 불러내 용사와 사투를 벌이는 마왕… 곧 승부가 가려질 것 같은데요…!
힘겹지만 용감하게 싸운 끝에, 용사들이 마왕을 물리쳤습니다! 용감한 정의의 수호자들에게 승리 있으라!
아무리 봐도 저 「방랑 기사」가 마왕인 것 같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싸우지 않고 대역만 내세우네…
???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는… 바로 「성녀의 귀환」…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이야기는 막을 내리는 게… 맞겠지?
하지만 현실은 이야기와는 달라. 극작가의 틀에 박힌 각본, 해피엔딩에 열광하는 사람들… 하지만 무대 뒤의 진실은 오직 잔인한 조롱과 풍자뿐이야.
이 결말은 내가 이어갈게. 이제 내 이야기를 잘 들어.
그 성녀는 불의의 길을 걸었어. 이단의 신에게서 얻은 힘으로 모두를 욕망에 몰아넣었지.
그리고 대신은 모든 진실을 알아냈고… 스스로 모든 것을 끝내리라 맹세했어.
그럼… 이제 맞이해 볼까… 이번 카니발의 절정을…
플로로는 순순히 잡히지 않겠다는 듯이, 제멋대로 이야기의 결말에 손을 댄 다음, 방랑자 일행을 환상 속에 빠트리고 그 틈을 타 무대 뒤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공연자의 대관식

마지막 무대 · 붉은 종막
플로로가 창조한 음의 영역.
뒤숭숭한 광란 속에서, 그녀는 당신에게 함께 춤을 추자는 초대를 보내 당신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막후의 진실을 밝혀주려 한다.






「얼룩 고양이가 세 번, 고슴도치가 네 번 울고, 괴조가 울부짖노라. 시간이 됐다. 시간이 됐다…」
이계의 마녀여, 여기서 외치나니. 공정한 예언을 내리소서. 우리에게도 운명의 자비를 얻게끔 하소서.











어두운 밤은 사람을 눈멀게 하고, 즐거운 잔치는 사람을 도취시키나니. 신하여, 오직 너만이 아직 깨어있구나.
밀주는 인간을 취하게 하고 그들의 욕망을 지우지만… 네 용기는 고개를 들어 마음의 불을 지폈구나.
첫 번째 예언을 내리나니, 너 자신을 위해 두려운 벽돌을 부숴라. 쓸모없는 정을 버리면 넌 반드시 왕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피로 제사를 지내 성녀와 이교도들을 모두 지워야 한다.
왕이시여, 무엇을 주저하십니까? 당신의 두 팔은 이미 피바다에 빠졌습니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습니다.
불의로 시작한 일은 죄악으로 굳건해지리니… 쓸쓸한 영혼은 갈고닦아야 합니다.
이제 두 번째 예언으로 모든 허망한 환영을 잘라드리겠습니다. 이 세상에 속한 모든 이들은 당신을 조금도 다치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왕께서는 필히 사람들의 지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왕이시여, 당신은 운명과 생사를 경멸하고, 선악을 초월해 의심을 버리고… 불가능한 희망에 목매셔야 합니다…
그럼 세 번째 예언이자 마지막 예언입니다. 격정적으로 시작된 즐거움은, 격정적인 종말을 맞을 것입니다.
음… 대체 플로로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아무튼, 「왕」으로 보이는 적, 격파.






안타깝네. 예언에 「왕」은 이 장면에서 퇴장하는 게 아니었는데.
깨어날 시간이야. 진상에 관해서는 좀 알아냈을까?
앞의 두 예언은 현실이 됐지만… 세 번째 예언은 네 손으로 직접… 바꿔주길 바랄게.







플로로의 환상 속에서 나오자 보이는 건 라군나성을 향해 돌진하는 회유의 고래였다.
플로로가 예전에 심어둔 피안화를 통해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방랑자가 로코코, 브렌트, 카를로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잔상들을 모두 물리치고 회유의 고래를 조종하는 플로로의 피안화를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방랑자가 로코코의 로켓과 함께 솟아오르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이 장면을 떠올리고 말았다.
음… 메탈 슬러그, 역시 최고의 게임이야…




최고의 공연이야.
커튼콜의 답례를 해야겠지만… 유감이야.
우리 사이의 악장… 서곡은… 이제 막 울려 퍼졌으니까…
플로로는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플로로가 심어둔 피안화가 사라지자 회유의 고래는 급하게 방향을 꺾었고, 라군나성을 향해 몰려오던 파도는 페비와 젠니에게 시원한 물세례를 안겨주는 것으로 끝났다.







플로로가 만든 밤의 장막이 걷히고, 다시 밝은 해가 라군나성을 비춘다.
카니발의 우승자를 뜻하는 수호신의 가시관이 방랑자의 머리 위에 내려앉는다.







회유의 고래 역시 카니발 우승을 축하한다는 듯 라군나성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장식해 준다.







카니발의 위기가 해소되었으니, 당장 급한 일은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수호신과의 면담이려나.







그것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수호신이 방랑자에게 말을 건다.
어자… 들립니다… 여러분의 외침이…
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어자… 전 속박되어 있습니다…
구름과 안개를 뚫고, 뭇별 위로 날아오르면 보이는… 하늘에 거꾸로 매달린 높은 탑… 그곳에서 세상 만물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길을 잃은 이가… 인간 세상에 잠시 머무르고 있습니다…
찾아보십시오… 지금… 카니발 안에 있으니…
저건 딱 봐도 누군지 알겠네.
어느 게임이던, 남들과 다르게 튀는 옷을 입고 있으면 그 캐릭터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일 확률이 크다.
죠죠에서 '간부라고 해 봤자 일반 시민과 분간이 안 되는 복장을 하고 있지'라고 말해 놓고서 다들 튀다 못해 아스트랄한 패션 센스를 발휘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