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조가 이제 별로 내키지 않는다

몇 달 전부터 느껴온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명조의 스토리를 보는 게 더 이상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다른 요구 조건이 없는 이벤트는 적당히 미루다가 하루 날을 잡아서 한 번에 치워버리지만, 특정 조수 임무를 완료해야만 시작할 수 있는 이벤트는 아예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월정액을 구매하지 않았기에, 별소리를 대량으로 얻을 방법은 이벤트가 유일함에도 말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내가 다른 게임들을 어떤 관점에서 평가하는지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한다.

게임 분석

블루 아카이브

게임 플레이

분류상, 블루 아카이브의 장르는 '수집형 RPG'이다.
하지만, 이 단어만으로는 블루 아카이브가 어떤 게임인지 설명하기 힘들다. 옛날에 하다 그만둔 라스트오리진이나 소녀전선, 벽람항로 역시 일단은 '수집형 RPG'로 분류할 수 있거든.
다만 블루 아카이브의 콘텐츠적인 장르를 말하라고 한다면, 뭐라 콕 집어 말하기 힘들다. 그러니 그건 일단 넘어가는 것으로.

게임의 실질적 콘텐츠인 '전투'를 위주로 본다면, 확실히 합격선 이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총력전/대결전, 제약해제결전 같은 엔드 콘텐츠를 제외하면 큰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위의 저 셋은 상당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준다. 한마디로, 피곤하다.
그래서 총력전과 대결전은 적당히 익스트림까지만 하고, 제약해제결전은 아예 넘기고 있다. 이 셋을 포기함으로써 잃는 손실이 제법 크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거 하느라 스트레스로 위장에 구멍이 뚫릴 바에는 차라리 안 하고 마는 게 건강에 좋으니 말이다.

스토리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는 정말 내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있다.
물론 100% 완벽한 건 아니고,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2장이나 '대책위원회' 3장의 스토리는 불만이 조금 있는 정도이다.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번역

번역? 블루 아카이브는 한국어 텍스트가 원문이다.
일본 서버가 본섭 취급을 받고는 있지만, 거기서 공개되는 텍스트 역시 한국어로 먼저 작성되었다가 일본어로 번역한 후 서비스되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 퍼블리셔인 요스타의 자의적 해석이 과할 정도로 들어가서 문제인 거고.

게임 외적의 문제

내가 아는 한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있긴 했지만, 납득 가능한 시간 안에 만족할 만한 방향으로 처리가 끝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파놉티콘 기관(이루아)' 사건일 것이다. 뜬금없이 버튜버가 나온 건 그렇다 쳐도, 캐릭터가 너무 성의가 없어서 화가 났었지.

당시 어떤 트위터 사용자가 김용하 PD에게 보낸 트윗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의 서비스가 뭐길래 버튜버를 데려오는진 모르겠지만 게이머들이 게임이랑 1도 관계없는 콘텐츠가 우리 과금에 빌붙어 가는 걸 즐길 리 없다는 걸… 알면 아직 용하 씨가 큐라레 디렉터겠죠?
― 이루아 콘텐츠 홍보를 올린 김용하의 트윗에 달린 인용 댓글 (현재 작성자 계정 일시 정지)

듣기로는 김용하 PD가 그 트윗을 본 게 확실하다고 하던데, 저 트윗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붕괴: 스타레일

게임 플레이

붕괴: 스타레일의 장르는 '턴제 RPG'이다.
블루 아카이브와 마찬가지로, 이것만으로는 게임을 설명하기 힘들다. 라스트오리진도 '턴제 RPG'라니까?

전투 시스템은 페르소나의 것을 그대로 갖고 왔다는 이야길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내가 페르소나를 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확실히 느낀 건, 턴제 게임 특유의 '나 한대, 너 한대'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라스트오리진을 접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다만 라스트오리진은 끝도 없이 늘어지는 버프 목록, 일명 '영수증' 문제가 더 컸다.
그래도 전투가 실시간으로 진행되지 않기에 전투를 느긋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르 특유의 장점이 있긴 했다. 전투 중 잠깐 볼일이 생기면 그대로 볼일을 보고 오면 되니까.
이른바 일장일단이었지만, 내게는 단점이 더 크게 다가온 셈이다.

스토리

호요버스는 '인간 찬가', 소위 '뽕 차는 스토리'를 잘 쓴다. 이건 원신에서도 그랬고, 붕괴: 스타레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와 정반대인, '비극적이고 피폐한 스토리' 역시 잘 쓴다. CBT 때의 야릴로-Ⅵ 스토리는 정말 대단했다고 하더라고. 그때의 스토리가 조금 더 마음에 들지만, 지금의 스토리로 바뀐 이유 역시 납득할 수 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정운'을 메인 스토리에서 아예 '죽었다'라고 해둔 건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제2장 스토리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에 게임을 접었기에, 그 이후의 스토리는 전혀 모른다. '정운' 역시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고.

번역

예전에 쓴 글과, 게임을 접을 때 쓴 글에 적었듯이, 게임을 접기 전의 번역 상태는 아주 엉망이었다. 아니, 엉망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였다.

그리고 결국, 번역 문제 때문에 게임을 접었다.
원신은 게임 회사의 문제 때문에 접은 것이었지만, 붕괴: 스타레일은 게임을 재창조하는 수준의 번역 때문에 접었다.

아직도 붕괴: 스타레일을 하는 지인 말에 따르면, 현재 붕괴: 스타레일의 번역 품질은 눈에 걸리는 게 없다시피 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아마 원신 수준의 번역일 것 같은데…

그래도 그걸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일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호요버스의 게임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거든.

게임 외적의 문제

놀랍게도, 게임을 접기 전까지만 해도 번역 문제를 제외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면 내가 잊었거나.
1년 하고도 6개월 전에 접은 게임의 일을 지금까지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원신

게임 플레이

원신의 장르는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 RPG'이다.
내가 이런 장르의 게임을 해본 건 원신이 처음이었기에, 이 장르가 원신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명조의 장르 역시 '오픈 월드 액션 RPG'라고 적힌 걸 보면, 그럭저럭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원신이 처음 나왔을 때는 젤다의 전설을 그대로 베껴왔다며, '젤다짭'이니 뭐니 하는 소릴 들었는데, 지금은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 RPG' 장르의 게임이 원신과 비슷하면 되레 그 게임이 '짭신' 소리를 듣는다. 기준이 젤다의 전설에서 원신으로 옮겨온 것이다.
참… 뭐랄까 묘한 기분이지. 표절이니 뭐니 하는 건 역시 돈 잘 벌고 유명하면 상관 없어지는 이야기인 건가?

스토리

다시 말하지만, 호요버스는 스토리를 그냥 잘 쓴다. 마신 임무에서는 인간 찬가, 뽕을 채워주는 방향으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고, 월드 임무에서는 피폐하고 비극적인 스토리를 풀어내어 티바트가 마냥 꺄삐꺄삐한 세상이 아니라는 걸 확연히 보여준다.

호요버스의 게임을 접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호요버스가 스토리를 잘 쓴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번역

단순히 내가 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중국어 원문을 들고 와 한국어 번역과 비교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번역을 매끄럽게 잘했다는 뜻이겠지.

게임 외적의 문제

게임을 접을 때 쓴 글에 짤막하게 적어두긴 했지만, 호요버스라는 회사에 정나미가 완전히 떨어졌다.

타워 오브 판타지

게임 플레이

타워 오브 판타지의 장르는 '3인칭 오픈 월드 MMORPG'이다.

게임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을 월드 레벨 시스템 도입으로 무마한 느낌이라, 뭘 해도 어색한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어지간한 잡몹은 스치기만 해도 죽는 체력을 가졌지만, 역으로 보스는 몇 번 스치기만 해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내게 가장 큰 장애물로 다가온 건 MMO 부분이었다.

일단 첫 번째. 월드 보스 같은 공유재에 대한 경쟁이 매우 심했다.
예를 들어, 만약 내가 있는 채널의 월드 보스가 이미 죽었다면,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르는 월드 보스의 리스폰을 기다리거나, 다른 채널로 옮겨야 했다.
하지만 채널 변경에는 대기 시간이 있어, 한 번 채널을 변경하면 다시 채널을 변경할 수 있을 때까지 30분인가, 3시간인가 하는 매우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월드 보스가 리스폰했는지도 확인해야 하니,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보스 구역 앞에서 멍하니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다. 그 시간이면 이미 다른 게임의 일일 퀘스트를 벌써 다 끝낼 시간인데 말이다.

MMO의 단점은 이벤트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서, 이벤트는 무조건 매치메이킹으로 진행해야 했다. 혼자서 하는 게 가능한 이벤트도 있긴 했지만, 한 손에 꼽을 정도였고. 그리고 난 MMORPG에서 매치메이킹이 강제되는 이벤트의 단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하나 있다. 그 이벤트는 특정 오브젝트를 파괴하거나, 이동 경로에 나타나는 적이나 보스를 잡아 점수를 챙기는 방식이었는데, 본인이 실력이 좋고 꼼수를 알고 있다면, 상당한 양의 점수를 독차지할 수 있는 구조였다. 나머지는 그냥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고.
그 이벤트에서 나는 남들과 똑같은 시간을 쓰고, 이벤트에도 열심히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과 비교해 비교적 낮은 점수만을 가져갈 수 있었다. 꼼수를 알게 되어 다음 구역으로 미리 가서 대기할 수 있긴 했지만, 막타를 먹지 못하면 점수를 얻지 못한다는 점은 여전했다.

이런 일이 누적되다 보니, MMORPG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게임을 접게 되었다.

스토리와 번역

타워 오브 판타지는 스토리와 번역을 같이 묶어서 봐야 한다. 1.X 버전의 메인 스토리는 이미 회생 불가 판정을 받고 선택 임무로 강등되었고, 2.X 버전의 메인 스토리는 구멍이 숭숭 뚫렸다는 느낌만 들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거든.
뭐랄까… 게임이 전반적으로 배경 설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게임의 스토리가 나쁜 건 아닌데, 뭔가 뜬구름 위에서 설명을 듣는 느낌이었다. 분명 1.X 버전의 메인 스토리와의 연관성이 없다시피 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겉돈다는 느낌이 강했다.

게임을 접게 된 데에는 장르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조악한 스토리와 번역 역시 한몫했다 볼 수 있다. 대충 비율은 1:1 정도?

게임 외적의 문제

타워 오브 판타지의 스토리, 번역, 설정 등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같은 제작사의 신작인 '이환' 역시 기대가 되지 않는다.
일단 장르에 MMO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은 좋지만, 여기도 번역 품질이 영 좋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 시리즈

게임 플레이

위에 '시리즈'라고 적어두었듯이, 나는 이 게임의 1편과 2편 모두를 해봤다.

내가 1편을 했을 때는 이미 모든 메인 스토리가 업데이트된 이후였기에, 게임 밸런스 등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그냥 적들이 총알을 수백 발 먹어도 죽지 않는 불릿 스펀지라는 단점만 있었을 뿐이지.

하지만 2편은… 어휴. 매시브 이 녀석들은 플레이어가 꿀을 빠는 꼴을 도저히 두고 보지 못했다. 뭐라고? M1A가 필수템이 될 정도로 적이 강하다고? 그렇다면 M1A 너프다!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괜찮아졌을까? 아니. 게임이 나온 지 6년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너프 일색이다. 뭐? 다들 성 엘모의 엔진만 쓴다고? 너 너프! 탄창 너프와 스택 너프를 먹어랏! 다들 성전사 방패만 쓴다고? 너 너프! 이제 방패 터지면 강제로 혼란에 걸린다!

물론, 너프만 하는 건 아니고 좋은 방향으로 하는 패치도 많다. 너프가 너무 눈꼴셔서 그렇지.

게임이 출시되고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그런 걸까, 이젠 무슨 콘텐츠가 나와도 기존 콘텐츠를 돌려쓴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제발 새로운 지역과 새로운 적성 세력을 줘!

스토리

다만 스토리에 있어서, 최근의 디비전 2 스토리는 도대체 무슨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적성 세력이 음모를 꾸미고, 디비전 요원이 이를 해결한다는 기본 골자는 언뜻 비슷해 보이는데, 처음 들어보는 등장인물이 슬그머니 나타나서 으쌰으쌰 하고 있는 걸 보면, 당황스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짜잔! 사실 여러분이 뉴욕의 지배자 확장팩에서 죽였던 아론 키너는 사실 죽지 않았답니다! 게다가 더 큰 적인 블랙 터스크의 지도자, 나탈리아 소콜로바와 그녀와 협력 관계인 국토안보부 장관, 칼빈 맥매너스를 상대하기 위해선 아론 키너와 협력해야 해요! 두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고요? 네, 맞아요! 여러분들이 잘 듣지도 않는 오디오 로그에서 몇 번 나온 게 전부거든요!
당연한 말이지만, 여러분이 뉴욕의 지배자 확장팩에서 죽였던 또 다른 로그 요원, 테오 파넬 역시 죽지 않았답니다! 둘 다 ISAC을 적당히 속여 넘겼대요!
짜잔! 6년 동안 여러분과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 알라니 켈소 요원마저 아론 키너와 협력하며 로그 요원이 되었답니다!
아, 혹시 아시나요? 여러분에게 지시를 내리는 ISAC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선하지 않답니다? 그야, 여러분은 국토안보부 소속 요원이고, 그 부처 장관이 지금 악의 축, 블랙 터스크랑 짝짜꿍하고 있으니까요!

이게 대체 다 무슨 소리야?

번역

무기나 방어구 설명에 빠지거나 잘못된 번역이 한두 개 정도 있는 걸 제외하면, 더 디비전 시리즈의 번역은 매우 훌륭하다.
게다가 번역 문제는 한국어 번역만의 잘못이 아니다. 원문이라고 볼 수 있는 영어 설명에도 오류가 종종 보이거든.

게임 외적의 문제

매시브 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 유비소프트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그놈의 PC 사상을 강요한답시고 여러 IP들을 작살낸 탓에, 이번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신작,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즈'가 엄청난 흑자를 내지 못하면 회사가 도산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있더라.

내 생각에, 그냥 유비소프트가 망해서 더 디비전 IP가 따로 어디 좋은 회사에 팔려나갔으면 한다. 여러모로 유비소프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다.

명조 분석

게임 플레이

게임 플레이 측면에 있어서, 명조는 매우 훌륭한 게임이다.
같은 종류의 이벤트를 계속 돌려 쓴다는 느낌이 들기는 해도, 전투나 탐험 같은 부분에서의 큰 불만은 없다.

스토리

명조의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은 CBT에서 얻은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제1장이.

본래 CBT 때의 명조 스토리 제1장은 모든 임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태였다. 조수 임무를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얽힌 별 임무나 위험한 임무로 연결되며, 플레이어의 연각 레벨 역시 임무를 완료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올라가면서 다음 조수 임무의 필요조건을 충족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스토리가 지나치게 늘어진다는 피드백 때문이었을까, CBT 이후, 조수 임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던 얽힌 별 임무나 위험한 임무가 전부 떨어져 나와, 플레이어가 직접 실행해야 하는 임무로 변경되었다. 그 과정에서 '단근'과 '반디의 군세'에 관한 이야기와 같은 여러 임무가 통째로 삭제되기도 했다.

문제는 명조가 이를 제대로 덮지 못했다는 거다. 그래서 '멀리 날아가는 군기' 조수 임무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연무', '능양' 등이 나타난 것이고.

명조의 스토리가 난해하다는 건 번역 문제이니, 여기서는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

게임 외적의 문제

지나치게 '인싸' 위주 이벤트를 하는 걸 제외하면, 별다른 불만은 없다.
나 같은 사람은 프랜차이즈 가게에 가서 정해진 대사를 외치는 것만으로도 이미 부담감 100배라고!

번역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이 글은 결국, 이 한마디를 하려고 장황한 말을 늘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명조의 번역은 정말 개판이다.

예전에 쓴 글 그 이상이다.

사람들이 번역 좀 고치라며 다양한 경로로 소통하려 해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텅 빈 말만 반복하며 개선점이라고는 일절 보이지 않는 회사의 태도에 지쳤다.
멀쩡한 것일지도 모르는 문장을 보며, 이 문장 역시 오역의 산물이 아닐지 의심하는 것도 이제 지쳤다.
좋아 보이는 스토리가 눈앞에 있음에도 오역 때문에 그걸 온전히 즐기지 못할지 두려워하며 망설이는 것도 이제 지쳤다.


만약 번역을 제외한 다른 면에도 불만이 있었다면 진작에 게임을 접었을 것 같다. 하지만 명조는 번역만 빼면 정말 마음에 드는 걸…

그래서 마지막 기회라고 해야 할까, 언어를 영어로 바꿔보기로 했다. 한국어 다음으로 영어가 가장 익숙하니까…

한국어 더빙에도 오역이 존재하기에, 하는 수 없이 음성 언어까지 모두 영어로 바꿨다.

내 살다 살다 멀쩡히 한국어로 서비스 중인 게임의 언어를 영어로 바꿔서 하게 될 줄이야.

 

이제 남은 건 앞으로 게임을 어떻게 하느냐이다.

게임 언어를 영어로 바꾼 건 오역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정작 내가 영어를 직독직해할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는다.
결국 게임의 설정이나 스토리를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선 모든 대사와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남긴 후, 다시 되새김질해야 한다.
아니면 당장의 이해를 포기하고 채널이나 갤러리, 유튜브 등에 올라온 스토리 요약을 읽거나.

사진을 찍어 남긴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여태껏 쓰던 명조 스토리 글은 언어를 영어로 바꾼 후 찍은 사진 앞에 간단한 글을 남겨 알리면 될 일이니.
사진을 찍지 않는다면, 아마 블로그에 쓸 글이 없어질 것이다. 지금 당장 블로그 글의 태반을 차지하는 게 바로 게임 스토리를 정리한 글인걸.

… 정작 게임 언어를 바꿨음에도, 고민은 여전하다.


P.S.

표시 언어와 음성 언어를 영어로 변경한 상태로 며칠 동안 명조를 플레이해보았다. 게임에 집중할 수 없다.

음성 언어가 영어인 게 몹시 거슬린다. 캐릭터 스킬에 딸린 대사에는 자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가 스킬을 쓰며 뭐라고 말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캐릭터 스킬 대사가 전투 소음에 묻히는 것도 있고, 대사에 쓰인 단어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가 아니기도 해서 그렇다.

표시 언어를 영어로 해두니, 텍스트를 읽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 한국어로 된 텍스트를 읽는 것보다 시간이 배 이상으로 걸리고 있다.

… 어쩌면 이제 정말 명조를 놔줘야 할 때가 온 걸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오직 번역 하나 때문에 게임을 접은 최초의 사례가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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